야쿨러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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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야쿨러
기억이 전부 다 없어지면 좋겠다

지문

고 매일매일 생각한다 나는 너무 사소하고 작은 것들 아주아주 오래 전의 일들까지도 심각하리만치 섬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순간은 물론이고 그 훨씬 이전, 혹은 내가 벽에다가 낙서를 하던 아주 어리던 그 때도 기억이 난다

내가 벽에 그렸던 병아리 입을 한 이상한 사람의 그림들과 벽에 붙어있던 한글 포스터의 색깔과 디자인까지 기억난단 말이다

그게 나는 너무너무 싫고 무겁다

아마 나는 과거 일들의 중량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성장해버린거 같다

이제와서 궤도를 수정하기엔 사고회로가 상자 속에 갇힌 듯 편협하여서 어디를 탈출구로 삼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대게 나빴던 일과 좋았던 일이 7:3 정도의 비율로 기록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쁜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싶은 건 물론이거니와

좋았던 일들 그 3할 마저도 다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다 이유가 뭔고하면

반짝반짝거리고 행복하고 즐겁고 기뻤던 일들도 기억이 된 이후에 이제사 돌이켜보면 나빴던 기억과 마찬가지로

썩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란 말이다 왜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걸 말로 형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하다

나빴던 기억은 슬프고 우울하기때문에 잊어버리고 싶고

좋았던 기억은 분명 예쁜 기억인데도 어딘가 비릿하고 슬프고 우울해지고 그런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바보같은 미련이나 향수 혹은

다시는 그렇게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까 하는 불안에서 기인한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당시에 내가 왜 그렇게 했나 하는 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걸지도 모르고

어......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모든 것들을 제발, 부디 잊어버리고 싶다는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나의 모든 기억들이 포맷되어 있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눕곤 하지만

다음날 눈을 뜨면 나는 여전히 너무나도 많은 기록을 가진 인간이고

머릿속 영사기에서는 어제의 일이 동영상 재생하듯 순식간에 재방송된다

Sep 28, 2012

지문 기억이 전부 다 없어지면 좋겠다 @@ 날개 1111 우리는 모두 야호선이다 여름이네여 우힣 약했나봐 어제 먹다 남은 피자가 제일 맛있는 법 누가 이해하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