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쿨러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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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야쿨러
여름이네여

지문



좋은 계절이 왔네요 요즘은 비가 내리고 있어요 어제도 흐렸고 오늘도 흐려요 어제 밤에는 굉장히 많은 안개가 꼈고 그렇게 지독한 안개를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거리가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마법세상처럼 모호하고 퇴폐적인 냄새가 났어요 나는 내가 무진에 있는 것 같았어요 주황색 가로등의 불빛이 산란되고 나 혼자만 남은 기분이었지만 도로 건너 아파트와 상가의 희미한 불빛들은 새벽까지도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어요
낮은 여전히 더워요 더위가 심하다기보단 습기가 심해서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막힐 지경이지요 이런 비릿한 공기의 냄새들은 어쩐지 슬프고 외로운데 미묘하게 기분이 좋기도 해요 옛날의 안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소나기처럼 밀려와요
아 언제쯤이면 올 여름 최초의 적란운을 볼 수 있을까요 보기만 해도 뜨거운 여름의 파란 하늘에 솜사탕처럼 솟아있는 새하얀 적란운을 보는게 너무 행복했어요 나는 어른이 되면 이 모든 감성을 잊어버릴까봐 염려했는데 어른이 되고 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소녀같은 감상을 모든 자연물에 대입하고 있어요 그래서 안심이에요 나는 어른이 되어가지만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어요 그게 지금의 내 소박하지만 꽤 장대한 꿈이에요 사실 매우 힘든 일이란걸 주변 어른들을 통해서 알고는 있으니까요.
순수를 잃어버리면 안돼요 그러면 모든게 끝나는 거에요 변태도 순수할 수 있고 욕쟁이도 순수할 수 있어요 표출하는 언어와 본능들이 순수를 방해할 수는 없는 거에요 그것들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살인마도 어쩌면 순수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건 정말 별개의 문제에요 난 아직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나를 설득하려 들지 마세요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피려고 하는게 화가 나기도 하고 뭐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하기도 해요 건강상의 이유로 피우면 안 될 이유는 아마 두 손가락과 두 발가락을 동원해도 넘칠 만큼 많겠지만 피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육체의 반응이 그 모든 논리적 이유를 백지로 만들어버리고 라이터가 칙 하며 켜지죠 이건 어쩔 수 없는 내 의지박약에 대한 문제에요 난 정말 의지가 약해요. 알아요 나도..

Jul 13, 2012

지문 기억이 전부 다 없어지면 좋겠다 @@ 날개 1111 우리는 모두 야호선이다 여름이네여 우힣 약했나봐 어제 먹다 남은 피자가 제일 맛있는 법 누가 이해하라고 했나